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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3-06-07

조회수46,073

제목

(도전한국인50) 아르바이트하며 27개국 여행한 대학생 홍선기

달랑 20만원으로 세계여행을 떠나다

 

아르바이트하며 27개국 여행한 대학생 홍선기

 

 

[서울시 하이서울뉴스]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느날 갑자기 먼 북소리에 끌려 여행을 떠났다고 했다. 그러나 특별한 준비도 없이 주머니에 달랑 20만원만 넣고 세계여행을 떠나겠다고 마음먹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다.

대학생 홍선기씨. 20만원을 가지고 영국에 도착한 그는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여행경비를 마련해 반년에 걸쳐 결국 27개 나라를 여행할 수 있었다. 이렇게 무일푼에서 시작한 세계일주의 경험을 토대로 “내 삶의 진짜 주인이 되고 싶다”는 젊은 대학생 홍선기 씨,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Q 현재 하는 일은?

A 연세대학교 국제관계학과 4학년을 마치고 졸업준비중이다. 작년 8월부터 ‘우리유통’이라는 작은 유통회사를 창업해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

 

Q 세계여행을 무일푼으로 도전할 용기는 어떻게 얻었나?

A 내 스스로가 새하얀 도화지라고 생각한다. 새로 그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어디에서, 누구와 만나도 금방 친해지고 잘 어울릴 수 있는 것, 그것을 장점 삼아 도전했다.

 

Q 어떤 나라들을 여행했나?

A 영국에서 시작했다. 북유럽은 영국에서 일하며 머물던 동안 다녀왔었고, 10개월 정도 총 27개국을 여행했다. 2008년 5월부터 10월말까지 영국에서 일을 하며 돈을 모아서, 10월말부터 2월말까지 서유럽국가들,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프랑스, 스위스와 미국, 멕시코, 파나마를 거쳐서 남미의 페루까지, 이후 다시 미국을 거쳐 그리스, 터키, 헝가리, 체코, 요르단, 이집트를 여행 했다. 세계일주를 마치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 오사카와 도쿄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왔다.

 

Q 아르바이트로 여행비용을 벌었다는데 어떤 일을 했고 얼마나 모았는지?

A 영국에 머무는 동안 한국인 민박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주급으로 약 20 만원 정도를 받았고 한인식당에서 접시닦이와 홀서빙을 하며 시급 1만 2천원 가량을 받았다. 또 이삿짐일, 런던 첼시 지역의 청소부, 대만 여행사의 런던 시내 가이드, 영국에서 유일하게 한인이 사장인 전통 펍(Pub) 올드저스티스에서 일해서 총 6개월간 1,300만원 정도를 벌었다.

 

Q 학교에서 여행관련 강의도 했다던데?

A 연세대학교 종합인력개발센터(취업지원센터)의 지원으로 특강을 했다. 종합인력개발센터의 문병채 차장님과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는데, 차장님께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행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셔서 그렇게 되었다. '20만원으로 세계일주 그리고 그 후' 라는 제목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 배경, 여행지에서 있었던 일, 한국에 돌아오고 난 이후의 변화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Q 원래 여행하는 것을 좋아했나?

A 아주 어릴 때부터 사고를 많이 치던 개구쟁이였다. 중학교 2학년 말 겨울에, 친구와 함께 보름동안 전국 일주를 했다. 당시는 인터넷이 막 보급되던 시기라 사전에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 그야말로 무작정 떠나는 여행이었다.

 

Q 어학실력이 좋아야 세계여행이 가능한가? 본인은 어느 정도인가?

A 영어 회화 실력이 또래 친구들보다 특별히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학교 영어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 다이얼로그 정도만 암기하고 있다면 외국에서 의사소통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다. 필요한 것은 그때 그때 금방 배우게 되니까 미리 겁먹을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Q 배낭여행은 사전에 얼마나 준비했나?

A 준비기간도 따로 없이 무작정 떠났다. 솔직히 처음에는 일단 가서 정 아니면 돌아오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오히려 영국에서 알바를 하며 지내는 동안 매일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준비를 했던 것 같다. 아마 가장 싼 비행기 표들을 찾는 데만 수 백 시간 투자한 것 같다.

 

 

Q 그렇다면 배낭여행을 원하는 사람이 준비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A ‘결심’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은 생각처럼 늘 낭만적인 것은 아니다. 여행 중에 심하게 아플 수도 있고, 사기꾼을 만날 수도 있고, 실망과 분노할 일들이 수도 없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여행을 건강하게 끝마치고 말겠다는 ‘결심’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Q 앞으로 또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A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들고 구석구석 우리나라 일주를 다시 한 번 제대로 해보고 싶다.

 

Q 여행하는데 가장 힘들었던 점과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

A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모님의 손길에서 떨어져 완전히 혼자가 된 느낌이었다. 벌거벗은 느낌이랄까? 처음 영국에서 정착할 때만 해도 배가 너무 고파서 중국인들이 먹다 남긴 음식을 몰래 먹기도 했고, 몸은 아픈 데 병원에 갈 돈이 없어서 혼자 끙끙 앓았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이 모든 경험이 나를 진짜 온전한 하나의 어른으로 만들어주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Q 외국 친구들을 만나고 특별히 느낀 점이 있는가?

A 영국친구들에게 나는 아직 부모님 집에 산다고 했더니 다들 경악을 했다. 우리나라를 빼고 대부분의 나라, 전 세계 90% 이상의 청년들은 만 18세가 넘으면 독립 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만 18세를 넘은 청년들이 독립해서 살 수 있는 사회 구조적 여건이 현실적으로 마련되었으면 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아마도 최저임금 때문인 것 같다. 외국은 학생들이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하던, 다른 일자리를 가지던 최소한의 생계를 충분히 유지할 사회적 기반이 있지만 한국은 5,000원도 안 되는 시급으로 자립이나 독립을 하기란 너무 어렵다.

 

Q 여행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A 미국 서부에서 만난 카우보이 아저씨다. 자기가 이 시대 마지막 카우보이라고 생각하는 노인인데, 그의 꿈은 소 2,000마리를 몰고 미시시피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대행진’을 하는 거라고 했다. 근데 내가 그를 만났던 2008년에는 소가 4마리밖에 없었다. 가장 최근에 20마리로 늘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웃음) 어쩌면, 그 할아버지는 살아생전에 2,000마리의 소를 얻겠다는 그 꿈을 이루지 못할 지도 모르지만,그러면 어떤가. 아마도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행복한 사람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Q 현재 4학년인데 진로는?

A 작년, 2011년 8월에 창업을 했다. 이제 막 걸음마 단계다. 초기 자본금도 거의 없지만, 그래서 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망해도 본전이니까. 작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사업을 하면서, 그렇게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 싶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하며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별을 잡는 것.

소설 《돈키호테》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라고 한다. 어려울 것을 미리 두려워하지 말고 인생길을 나서보는 것. 아마도 그것이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화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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