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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2-02-18

조회수42,948

제목

(도전한국인17)기차로 2,859Km 달린 권다현 기차여행 전문작가

“기차여행! 지구 한 바퀴 족히 돌았습니다”

<단독 인터뷰>기차로 2,859Km 달린 권다현 기차여행 전문작가


지구 반 바퀴보다 많이, 2,859Km 달려온 권다현 기차여행 전문작가(31세). 바닷물이 넘실거리는 강릉 근처의 작은 마을 시골소녀는 서울에 대한 단순한 동경으로 중학생이 되었을 때 무작정 영동선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 이렇게 시작된 기차여행은 현재 2,859Km라는 진기록을 세우며, 지금도 기차여행 기록경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녀가 기차를 타고 달린 거리는 지구 반 바퀴 이상을 돌았고, 63빌딩을 11,480번 오르내린 거리이다. 왕복하고 반복한 거리까지 감안한다면 이미 지구 한 바퀴는 족히 돌았을 것이다.

그녀는 지난 6월 자신의 기차여행기를 기본으로 한 ‘내일로 기차로’라는 기차여행 가이드 책을 세상에 선보였다. 경부선, 경의선, 호남선, 영동선 등 낯익은 기차노선부터 전라선, 경전선, 진해선, 광주선, 장항선, 정선선 등 낯선 기차노선까지 두루 섭렵한 권다현 작가는 기차여행 가이드북을 내어서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 전국의 철도를 누비며 여행을 한 그녀를 만나보았다.

 

▲ 권다현 ©브레이크뉴스

 

-현재 하는 일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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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문예창작학과를 공부한 덕에 글 쓰는 일에 종사하였다. 여행작가로서 기차 여행관련 책을 내기도 하였다. 또한 여러 매체에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며 살아가는 자유기고가이다.

 

-어려서 영동선 열차를 탔던 게 제일 처음 기차 여행이라고 들었다. 기차를 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고향이 강원도 강릉이라 태어나 제일 먼저 탔던 기차가 영동선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대관령 너머 도시의 삶을 무작정 동경했었는데, 그 때문인지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 때부턴 용돈을 모아 혼자 서울구경을 다녀오는 것이 인생 최대의 즐거움이었다. 그 당시 강릉에서 서울까지 버스로 3시간, 기차로 7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차 대신 버스를 이용했다. 반면 나는 어느 잡지에서 본 동대문 새벽시장을 구경하고 싶어 청량리행 밤기차를 탔던 것이 기차여행의 시작이 되었다. 그때 기차 안에서 누가 옆에 앉을까 하는 호기심과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낯선 경치를 보면서 느꼈던 설렘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국내기차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크기는 작지만 각 지역마다 독특한 특색을 지닌 아기자기한 국토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기차를 타고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넘어갈 때마다 미묘하게 산자락과 논밭 사이로 난 길, 가로수의 모양이 달라진다. 그 소소한 변화들을 차창 너머로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기차여행 테마가 약한 점은 조금 아쉬운 부분 중의 하나이다. 최근엔 지역 관광 상품이 많이 개발됐지만, 여전히 특색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경우 각 기차역마다 그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한 개성 있는 도시락을 판매해 그것만을 위한 기차여행족도 생겨날 정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도시락을 비롯해 기차 내에서 즐길 수 있는 먹을거리가 너무도 빈약하다. 지역특산물 도시락까진 아니더라도 그 지역에서만 살 수 있는 특산물을 판매하는 코너가 있으면 좀 더 기차 여행족들이 풍족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 권다현 ©브레이크뉴스

 

-자동차여행과 기차여행은 무엇이 다른 가?

 

▲자동차여행, 버스여행이란 단어는 다소 낯설지만 기차여행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단어다. 즉 자동차나 버스는 목적지에 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지만 기차는 그것 자체가 이미 여행의 시작인 셈이다. 레일 위를 달리는 정다운 덜컹거림과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 저마다 사연이 깊은 기차역 등 기차여행은 자동차로는 느낄 수 없는 낭만과 추억을 지니고 있다.

 

- 어떤 기준으로 여행코스를 선택하나?

 

▲ 여행을 갈 때마다 다르다. 어떤 때는 가고 싶은 장소를 먼저 정하고 가장 가까운 기차역으로 노선을 정하고, 또 어떤 때는 단순히 기차역이 궁금해 달려가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기차역인 추전역이 궁금해 태백으로 여행을 갔던 적도 있다.

 

-싱글족, 연인, 노부부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기차여행지는 어디인가?

 

▲나홀로 여행족이라면 강릉역에서 출발하는 영동선 기차를 추천하고 싶다. 서울 청량리까지 대략 6-7시간이 소요되는데 기찻길을 따라 동해의 푸른 바다가 펼쳐지기도 하고 태백산맥의 웅장한 산자락을 넘기도 하고 우리나라 유일의 스위치백 구간도 지나는, 그야말로 기차여행의 다양한 즐거움이 집약된 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연인이라면 여수를 추천하고 싶다. 여수는 역에서 주요 관광지로의 이동이 쉬울 뿐 아니라 아름다운 일출과 해변, 걷기 좋은 섬, 오동도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특히 돌산대교 등 야경이 아름다워 밤에 연인끼리 손잡고 돌아볼만한 곳이 정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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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는 곡성역에 위치한 섬진강 기차마을이 좋을 듯하다. 추억의 증기기관차를 타고 지금은 사라진 통일호를 개조한 기차펜션에서 하룻밤 묵으며 섬진강의 빛나는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낭만적인 곳이다.

 

-그렇다면 본인에게 가장 인상 깊은 여행지는 어디인가?

 

▲전라도 남원이 기억에 많이 남는 곳 중 하나이다. 남원에 가기 전날 전주에서 만난 친구의 추천으로 혼불 문학관에 들렀다. 최명희 작가의 ‘혼불’은 대학시절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던 작품 중 하나인데, 마침 작가와 같은 마을에서 동시대를 살았던 해설사 선생님을 만났다. 그 선생님에게서 소설 속 이야기의 실제 배경이 되었던 마을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날 선생님 댁에서 신세 지며 들었던 이야기와 소박하게 차려주셨던 저녁밥상, 이튿날 기차에서 먹으라며 챙겨주신 따뜻한 누룽지 한 덩이, 그리고 내가 탄 버스가 사라질 때까지 마을 어귀에서 손을 흔들어주던 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갈 때마다 인상이 바뀌는 여행지가 있나?

 

▲경주가 그런 것 같다. 사실 경주는 초등학교 때부터 수학여행으로 두세번 여행했던 곳인데도 어른이 되어 다시 찾으니 그 유명한 불국사며 석굴암이 또 다르게 느껴졌다. 특히 석굴암은 날이 맑을 때, 비가 올 때, 눈이 올 때, 안개가 끼었을 때 모두 올라보았는데 그때마다 분위기가 매번 달라졌다. 어릴 땐 교과서에 나온 유적지들을 직접 눈으로 본다는 것 외에는 큰 의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경주는 언제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정말 다양한 매력을 가진 도시인 것 같다.

▲ 섬진강 기차마을 ©브레이크뉴스

 

-그럼 아직 가보지 못한 기차여행지가 있나?

 

▲당연히 있다. 마음 같아선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기차역을 둘러보고 싶지만 언제 그 꿈을 이룰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동안 경부선과 호남선, 전라선 등 굵직굵직한 노선들을 위주로 여행하다보니 다음엔 경의선과 경원선 같은 조금 한적한 노선들을 둘러보고 싶다. 기차가 정차하지 않는 작은 간이역들도 한 번씩 카메라에 담고 싶은 욕심도 있다.

 

-기차여행 관련 책을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서른 살을 맞아 기차로 전국일주를 해봐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관련 정보를 찾던 중에 내일로 티켓이란 걸 알게 됐다. 만 25세 이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여름과 겨울에만 한정적으로 판매되는 프리패스형 승차권인데 저렴한 가격에 일주일 동안 KTX를 제외한 전 노선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난 내일로 세대가 아니라 이 티켓을 가지고 전국일주를 하는 친구들이 정말 부러웠다. 어쨌든 이 친구들처럼 전국일주를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수집하다 보니 그 양도 방대할 뿐 아니라 꼭 필요한 정보들이 인터넷상에 너무 분산되어 있어 시간이 정말 많이 소요됐다. 그러던 차에 알고 지내던 작가의 소개로 내일로 티켓 이용자들을 위한 최초의 가이드북을 준비 중인 출판사를 만나게 됐다. 이렇게 좋은 인연으로 ‘내일로 기차로’가 탄생하게 되었다.

 

-‘내일로’ 티켓 이용자들에게 조언 한마디 한다면?

 

▲내일로 티켓을 일주일 동안 KTX를 제외한 전 노선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지역을 다녀오는 것에 대한 승부욕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지역을 둘러보는 것보다 두 세군데라도 제대로 보고 오는 여행을 했으면 좋겠다. 한 도시에서 하루는 보내야 그곳을 이해하고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불편한 지역은 씨티투어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그 지역의 유명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료 관광지를 이용하면 저렴하고 알찬 여행을 할 수 있다.

 

▲ 여수 오동도 ©브레이크뉴스

 

-숙박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주로 모텔이나 찜질방을 이용했다. 하지만 모텔은 여자 혼자 들어가기 민망할 수도 있고, 찜질방은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있기 때문에 편안한 휴식처가 되기 어려울 수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게스트하우스가 많이 생기고 있는 추세라서 이곳을 이용하면 저렴하고 안락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여행 가방은 부피를 줄이는 것이 가장 관건이다. 노하우가 있나?

 

▲면 종류의 기본바지 한 벌과 상의 여러 벌을 준비하면 짐도 간단해 지고, 사진을 찍을 때도 멋을 부릴 수 있다. 그리고 보조가방을 준비해 큰 배낭은 숙소나 기차역에 보관하고 보조가방을 가지고 다니면 전혀 불편함이 없다. 역에 보관함이 없다면 관광안내소나 역사에서 맡아주기도 한다. 하지만 관광안내소는 6시에 퇴근하기 때문에 시간을 잘 따져봐야 한다.

 

-여행을 하는데 힘들었던 점과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

 

▲여행 작가로 활동하면서 늘 경계하는 부분이 여행이 일이 되는 시점이다. 늘 일과 상관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지만 원고와 관련된 여행지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책임감 같은 걸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체력적인 부분을 포함해 여행이 힘들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일이란 걸 잊고 진정한 여행자의 마음으로 여행할 땐 늘 모든 것이 좋았다.

 

-여행을 통해 달라진 게 있다면 무엇인가?

 

▲성격이 가장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사실 남에게 모르는 걸 물어본다는 게 괜히 창피하고 민망하게 느껴졌었다. 어릴 때부터 아들 역할까지 해야 했던 무뚝뚝한 첫째 딸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혼자 여행을 떠나면 모르는 건 무조건 물어봐야 한다. 이건 생존의 문제다. 그렇게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이것저것 물어보는 작은 용기를 부리기 시작하면서 이젠 누구와도 쉽게 가까워지고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된 것 같다. 예전 같았으면 꿈도 못 꿨을 일이지만 지난 겨울엔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와 단 둘이 통영을 여행하기도 했다. 낯선 사람과 1박2일을 함께 한다는 게 불편할 법도 한데 정말 오랜 친구처럼 너무 편하고 좋았다. 여행 덕분에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난 것 같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기차여행이 있다면 무엇인가?

 

▲대학 때 러시아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 기억이 정말 좋았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대륙을 여행해 보고 싶다. 기차에서 먹고 자면서 광활한 대륙을 만나고 돌아오면 나도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기차여행 외에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

 

▲개인적으로 탱고에 대한 막연한 동경 같은 게 있다. 예전에 스페인에서 본 화려한 탱고댄서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몸짓이 가끔씩 환상처럼 머리를 맴돌 때가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배워보고 싶다. 여행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다.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

 

▲여행은 개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여행 작가는 한발 뒤에 물러나 있다고 생각한다. 여행지에 대한 감상을 전하는 것도 좋겠지만, 내 감상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하기 좋을 만한 곳을 소개하고 여행지의 이야기와 정보를 담는 것에 충실하려고 한다. 그래서 짐을 줄여야 하는 여행길에 챙겨갈 수 있는 필요한 여행 안내서가 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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