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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2-02-18

조회수37,578

제목

(도전한국인9) 북한 민둥산을 푸르게 가꾸려는 나무 박사

북한 민둥산을 푸르게 가꾸려는 나무 박사

<인터뷰>수목 전문가-한국조경수협회 부회장 김용환 박사


수목 전문가-한국조경수협회 부회장 김용환 박사. 산림청이 발족한 해에 첫 공무원으로 발령받아 40년을 근무하여 전국의 산을 모두 누빈 산사람. 근무기간동안 이사만 27번을 하였다. 남한의 치산녹화 성공사례를 황폐화된 북한산림에 적용시키고자 북한을 약 20회 이상 다녀오기도 했다. 지구상에 한반도만큼 헐벗은 땅에 녹지화사업에 성공한 곳이 없다. 현재는 전국 단위 1200개 생산단체의 회원을 가진 협회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조경수목을 조성 관리하는 자격증을 만들어서 수목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을 만들고, 2억 5천만원 짜리 조경수목의 가격을 체계적으로 산정하는 등 끊임없이 연구하는 나무박사. 그를 홍릉에 위치한 국립삼림과학원에서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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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환 박사 인터뷰 장면. ©브레이크뉴스

 

-유서 깊은 터에서 일하고 계신다. 홍릉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현재 국립산림과학원 본관 바로 위에는 일제에 시해당한 명성황후가 모셔졌던 홍릉이 있다. 이 자리는 일제 때부터 해방 후까지 임업시험장(국립산림과학원전신)으로 쓰이던 곳으로 우리나라 임업의 모든 연구조사가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많은 연구논문으로 발표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방 이후엔 임시로 삼림청이 들어섰다가 70년대 초 박정희 대통령이 우리나라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우수인재들의 산실을 만들고자 일부 자리를 할애하여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주요 국책연구원을 세웠다. 이곳 홍릉은 서울시내에서 가장 숲이 아름답고 공기가 맑아 과학자들이 연구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다. 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는 모두 학술적인 가치가 있으며 우리나라 전국의 거의 모든 수종이 이곳에 표본으로 심어져 있다. 산림청이 국립산림과학원으로 체계 개편이 되어 오늘날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산림청에 오래 계셨는데 언제부터 근무를 하셨나?


▲우리나라의 산이 헐벗어 매년 홍수와 산사태에 시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북한의 민둥산 모습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박정희 대통령께서 외국의 사례를 유심히 보시고 지상녹화작업을 국가의 백년대계로 삼아 1967년도 1월에 산림청이 발족됐다. 나는 발족되던 해에 입사한 초창기 멤버다.

 

-우리나라의 산림은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어떤 수준인가?


▲대한민국의 산림은 20세기의 걸작품이라고들 말한다. 지구상에 한반도만큼 헐벗은 땅에 녹지화사업에 성공한 곳이 없다. 올해 10월에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un산하 세계사막화 방지총회가 열리는데 거기에서 아마 우리나라의 이런 치산녹화사업이 높이 평가를 받을 것이다. 완전한 황무지에서 푸른 숲을 가꾸어 낸 것이고 우리가 이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이다.

 

-‘소나무 감정’이라는 독특한 일을 하신다고?


▲현재로서는 시초에 불과한 학문이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이제까지 산에 있는 나무는 목재로서의 가치를 중심적으로 고려하여 가격을 매기는 방법이고, 도시 조경을 위한 나무는 외적인 아름다움과 수령을 주로 고려해서 가치를 매기게 된다. 수목들의 가격을 매기는 기준을 만들고자 “조경수목 품질론”을 집필하고 있다. 초창기라 아직까지 논문이 없는 상태다. 하여 외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기본 데이터를 만들려고 노력중이다. 그 과정에서 일부 의뢰가 들어오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 감정하여 추정가격을 내 준다. 산에 있는 나무는 단순히 부피를 기준으로 목재시세를 따져 가격을 매기는 반면, 조경 수목은 나무의 건강도(활력도, 영양상태 등)와 심미성(조화미, 균형미, 고태미 등)이라는 두 가지 감정항목이 있다. 이식하여 살 수 있는 확률을 비롯하여 각종 규격 및 수령 등 이 모든 현황을 감안하여 감정한다. 지금까지 한 그루에 2억에서 2억 5천까지 감정해 준 일이 있다. 그러나 절대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견해를 제시해 준 것이라 생각해 주길 바란다.

 

-산림청과 조경수 협회에서 활동하는 것 좀 소개 해주시길?


▲산림청에서 40여 년간 근무를 해왔다. 산림청에는 5개의 지청이 있는데 서부지청장을 마지막으로 일했다. 그 후에 대학에서 강의도 했고 산림청 공무원 교육도 하고 있지만 특별히 이곳에서 일하게 된 이유는 조경수협회가 국립산림과학원 내에 있고 관련 국책사업이나 직무와 관련하여 퇴직 후 이쪽에서 날 불러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오랫동안 해온 일은 산림정책에 대한 일인데 현장에서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새로운 이론을 현장에 접목시키고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경험이 있다. 나 같은 사람 하나를 키우려면 국가에서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막대한 세금을 들여서 키운 사람이니만큼 여러모로 잘 활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나라는 산림은 선진국이지만 조경수목에 대한 조성관리분야에 대해서는 후진국이다. 유통과 생산의 정확한 데이터베이스가 없어서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조경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가격변동도 심하고 품귀현상이 잦다. 산림용 수목은 종류와 규격은 단출한데 비해 조경수목은 무수히 많은 종류가 있고 크기와 모양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규격에 따라 분류하면 200여 종에 품목수가 약 1,000개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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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환 ©브레이크뉴스

 

-우리나라에 조경수를 다루는 일을 하시는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조경설계나 시공하는 분들은 많은데 생산이나 유통 쪽의 전문가가 없다. 연구단체가 없다보니 일반 농민들이 임의로 모든 것을 해왔다. 이제까지 조경수협회는 농민들에게 생산부분에만 도움을 주었고 유통이나 판매부분은 관리를 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품귀현상이나 폭락현상이 자주 발생하여 가격이 안정화되지 못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버드나무가 품귀가 났다. 예를 들어 이런 큰 사업을 할 경우에 몇 년 전부터 미리 어떤 품종이 얼마나 필요한지 계획을 세워서 그에 맞게 나무를 키우고 관리하고 하도록 국가가 장려해야한다. 꼭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계수나무라든지 산딸나무, 목련 등 같은 경우는 아파트와 공원 등에 많이 심기 때문에 수시로 품귀현상이 난다. 그래서 수요와 공급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한 것이다. 최대한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 그리고 품귀가 나면 장마철 배추값 오르듯 가격이 뛴다. 우리나라가 산림은 선진국이지만 조경수관련분야는 사실상 후진국이다.

 

-조경수목을 다듬는 전문 인력을 키우기 위해 자격증을 만드셨다는데?


▲국가 공인자격증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복잡한 과정이 따른다. 외국에서는 이런 자격증은 대부분 민간단체에서 발급한다. 그래서 내가 몇 년 전 민간자격법에 의해 노동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이러한 자격증을 만들겠다고 신청을 해 승인을 받았다. 그래서 올해에는 이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일을 법적으로 보장하기위한 법안을 만들어서 산림청에 제출하고 입법예고를 해 놓은 상태다. 현재 우리나라는 외국 서적을 보고 이론은 빠삭한데 실제로 나무를 다듬을 때는 두서없이 하는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가로수는 전기공이 가지치기를 한다. 전선줄에 닿을까봐 가지를 잘라내서 꼭 “몽당빗자루”처럼 보기 싫게 만들어 놓아 조경수로서의 미적인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나무는 공산품과 달라서 막 찍어낼 수가 없다. 각각의 용도에 맞도록 미리 계획을 세우고 최소한의 시일을 두고 정성을 들여 키워야 한다. 사실 아름답게 가꾸어놓은 가로수는 벛꽃나무보다 훨씬 더 큰 관광자원이 된다. 뿐만 아니라 도시의 열섬현상도 완화시킨다. 나무를 심은 도로와 그렇지 않은 도로는 온도부터 3~4도 이상 차이가 난다.

 

-40년 동안 산림청에 근무하면서 전국의 몇 개의 산을 다녔나?


▲전국에 있는 큰 산과 큰 강 강줄기 따라 다녔다. 산림청에 근무하다보니 대개 국유림을 위주로 일선에서 근무했다. 백두대간을 따라 북쪽에서 설악산, 오대산, 점봉산, 개방산, 태백산, 소백산, 두타산, 청옥산, 팔공산, 금호산, 가야산, 속리산, 황학산, 덕유산, 지리산, 한라산 등 이 모두 국가재산이므로 일선 현장의 책임자로서 근무했다. 전국의 국유림 관리소는 약 40곳이 되었고 그 관리소를 거의 다녔다고 보면 된다. 여하튼 40년 동안 전국 팔도를 다 다녔고 이사만 스물일곱 번을 했다. 그러니 우리 아내는 이사라면 몸서리를 칠 정도다. 가장 오래 근무했던 곳은 강원도이고 지금도 집은 홍천에 있어 주말이면 내려간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근무지는?


▲입사하고 처음 발령 난 곳이 서울 영림서 상남관리소였다. 고향이 대구라서 ‘상남(上南)’하면 그 아래 어느 지방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강원도 첩첩산중에 있는 ‘상남리’라는 고장이었다. 발령난지 3일 만에 겨우 찾아서 임지로 들어가니 대부분 산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화전민(심마니)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그 때의 경험들이 오늘날 내가 힘든 일을 하면서도 버티게 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 때 사람들이 참 순박하였다. 도시에서만 나고 자라왔던 내가 인간미 넘치는 그들의 모습에 반한 것이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설악산과 오대산이 경계를 이루는 산과 북한강 상류인 내린천의 맑은 물은 무릉도원과도 같았다. 때로는 심마니나 약초꾼들을 따라다니면서 산삼이나 희귀한 약초 캐는 것도 보고 산신에게 제사 지내는 것도 보고. 이런 경험들이 나중에 산삼학회를 만들게 된 계기도 되었다.

 

-시중에 유통되는 조경수 중에 가장 비싼 것은 얼마인가?


▲ 보통 웬만한 나무들은 억 대로 가격이 나간다. 소나무가 많지만 소나무만은 아니고. 강남에 있는 어느 아파트에 심었다가 죽어버린 느티나무는 5억 짜리라고 하더라. 수령이 한 200~300년은 되었을 거다. 물론 가장 비싼 나무는 정이품송 같은 천연기념물일 것이다. 그건 감히 가격을 매길 수가 없는데 단순한 조경용이나 관상용 나무가 아니라 역사적 문화적인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에 황금 소나무가 있나?


▲황금소나무가 아니고 황장목(黃腸木)이라는 나무가 있다. 금강송이라고도 부른다. 이 나무는 조선시대부터 국가가 특별히 지정한 숲에서 오늘날 산림청과 같은 기관을 두고 전문적으로 길렀는데 황실에서 쓰는 재목이 된다. 옛날에는 궁궐을 지을 때 이 나무를 썼고 오늘날에는 문화재 복원에 이용되는데 지난 번 광화문 현판 교체 때 사용되기도 했다. 이순신장군이 임진왜란 때 거북선을 만든 나무이기도하다. 목질이 매우 좋고 단단해서 일본의 히노끼(편백나무)로 만든 나무배를 들이받아 부숴버리는 박치기 전법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군사전략 상 바다와 접하고 있는 섬에 조성된 숲으로 강화도 완도 진도 등 같은 곳에서 국가에서 계획적으로 키워왔다. 오늘날까지도 변함없이 산림청에서 관리하고 있다.

 

▲ 김용환 ©브레이크뉴스

 

-북한의 민둥산을 푸르게 하기 위한 사업을 해오셨다고?


▲2000년도 4월에 북에서 산불이 났는데 그게 우리나라로 넘어왔다. 7박 8일동안 몇 백리의 숲이 탔다. 그 때 진화작업을 총 지휘하면서 북한 쪽을 바라보았는데 그 모습이 무척 인상에 깊게 남았다. 67년도에 처음 발령받고 버스를 타고 강원도 시골로 갈 때 보았던 우리나라의 헐벗은 산야의 모습이 당시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의 흙산과 겹쳐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마침 그 해에 아태재단에서 “북한에 나무를 보내주려하니 수종과 가능 본수를 조사하여 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잣나무4년생 이십만본을 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으로 최고 품질의 것들만 골라 보내기로 했다. 육로로는 갈 수 없으니 어린묘목은 배에다 실어서 보내라는 것이다. 배에 실으면 선실의 온도가 올라가 나무들이 다 죽는다. 나무는 살아있는 생물이라 호흡을 해서 열이 발생한다. 그래서 배에 실을 순 없다고 하니까 고위층에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라 해서 생각해낸 게 미국산 냉장 신선육을 수입할 때 쓰는 특수 컨테이너를 사용했다. 남한의 헐벗은 국토를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2005년 ‘북한연구학회’ 등에서 ‘북한 산림 황폐지 생태적 복구를 위한 연구방안’ 등 논문을 발표했다. 그때부터 올해 5월까지 지금까지 북한을 약 20회 이상 다니며 남한의 성공사례를 여러 차례 전달하였다. 북한 산림 황폐지 개선은 내가 마지막으로 주력해야 할 사업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북한의 황폐화와 중국의 사막화는 동북아시아의 기후 변화에 심대한 영향을 줄 뿐 만 아니라 지구 기후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산림을 복원하는 건 정치적이나 이념적인 문제와 상관이 없을뿐더러 민족의 동질성회복과 후일에 남북이 하나 되었을 때 통일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산을 가꾸고 관리하는 필요성은?


▲치산치수라는 말이 있다. 모든 생명에 필수적인 것이 물이다. 그런데 현재 물 부족국가는 왜 생기는가? 물은 지구상에 많이 있지만 결국 인간이 마시고 쓸 수 있는 깨끗한 물이 부족한 것이다. 그런데 물을 관리하는 것을 산을 관리하는 것과 불가분의 관계다. 산에 비가 내리면 물방울이 다 흘러가서 어디로 갔는지 예측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산을 가꾸고 관리함으로써 물길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산을 관리함은 곧 나무를 심고 가꾼다는 말인데 이로써 인간이 숨 쉬는데 필요한 산소공급을 확대하고 심미적인 기능도 한다.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환경이 되기도 한다. 산림이 한 번 훼손되면 그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한 세기가 걸린다. 따라서 치산치수(治山治水)는 치국근본(治國根本)임을 우리함께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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